
홍콩에 사는 90세 할머니가 한화로 36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보이스 피싱으로 잃었다. 지금까지 홍콩에서 벌어진 전화 사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빅토리아 피크 플런케츠 로드에 거주하는 90세 여성이 홍콩 달러 2억5000만불(미화 3200만불, 한화 360억원)을 보이스 피싱 사기로 날렸다고 보도했다. 빅토리아 피크 일대는 홍콩에서 최고 부촌으로 꼽힌다.
경찰에 따르면, 작년 7월 이 여성은 공안 요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명의가 중국 본토에서 벌어진 심각한 범죄에 도용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어 범죄 수익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돈을 지정된 계좌에 송금하라는 지시를 들었다. 여성은 수사가 끝나면 모든 돈을 돌려받는다고 믿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지난달 범죄에 연루된 19세 대학생을 검거했지만, 은행 계좌에서 고작 홍콩 달러 900만불(미화 115만불, 한화 13억원)을 동결하는데 그쳤다. 이 대학생은 여성의 집에 직접 찾아가 다른 일당과 통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건네주는 역할을 맡았다.
전화 사기와 관련해 홍콩 경찰이 올해 1분기 접수한 사건 건수는 200건으로, 작년 동기 169건에서 18% 늘어난 수치다. 작년 홍콩 경찰이 접수한 전화 사기 사건은 1199건이며, 금액으로는 홍콩 달러 5억4700만불(미화 7000만불, 한화 79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