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창궐 이후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재택근무’ ‘원격근무’는 대세가 됐다. 처음에는 감염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시행해보니 많은 장점이 드러났다. 출퇴근을 하느라 길에 버리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었고, 불필요한 회의도 사라졌다.
그래도 사무실 출근의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기술이 발달해도 화상회의가 대면회의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2013년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CEO)가 재택근무 제도를 폐지하면서 “얼굴을 보고 토론하고 밥도 같이 먹어야 한다. 혁신은 회사 복도에서 나온다”고 말한 것이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백신 접종으로 일상복귀가 가시화되면서 미국 IT기업들은 다시 근무형태를 고민하고 있다. 재택·원격근무라는 대세는 거스를 수 없지만 사무실 출근의 장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하이브리드 근무’다.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면서 효율적 근무형태를 찾아가는 것이다.
애플은 사무실 출근에 조금 더 무게를 뒀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2일 직원들에게 “9월부터는 사무실로 복귀하기 시작해 적어도 1주일에 3일은 출근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직원들에게 수·금요일은 원격근무를 허용하고, 월·화·목요일은 사무실 근무를 요구했다. 쿡은 사무실 근무일을 특정한 이유로 “대면 협업을 위한 시간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아마존 역시 ‘주 3일 출근’을 원칙으로 세웠다. 지난 10일 CNBC방송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사무실에 복귀한 이후에도 1주일에 이틀은 원격근무할 선택지를 주겠다”는 내부 공지문을 올렸다. 지난 3월 “사무실 중심의 근무 복귀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힌 것에서 조금 물러섰다.
구글도 1주일에 3일은 사무실 출근, 2일은 자율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기본이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사무실을 재개하면 직원의 20%는 재택근무를, 또 다른 20%는 근무 부서가 아닌 다른 지역 사무실에서 원격근무를 할 수 있으며 나머지 60%는 1주일에 며칠씩 사무실로 출근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유연근무제도 정책 적용 대상을 대폭 늘리며 오히려 ‘영구 재택근무’ 카드를 꺼내 들었다. CNBC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오는 15일부터 모든 직급에 상관없이 원격으로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이라면 이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특정 직급이나 부서에만 재택근무를 허용했지만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회사는 오는 9월까지 미국 내 사무실을 수용인원의 50% 범위로, 10월께에는 정원의 100%에 대해 재개방하지만, 재택을 원한다면 이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데이터센터 등 현장 근무가 필요한 직군의 경우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지난 1년간 훌륭한 업무 처리로 어디서나 근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