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전국 감정평가사들이 발로 뛰어 감정평가한 건수가 62만건입니다. 제일 먼저 이 데이터를 활용해 국민이 감정평가 금액을 대략으로나마 예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생각입니다."
양길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56)이 취임 석 달을 맞아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처럼 역동적인 부동산시장에서 최신 데이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한 만큼, 진짜 '프롭테크'가 뭔지 보여주겠다"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전국 4200명의 감정평가사가 매년 생산하는 62만건의 감정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협회가 프롭테크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프롭테크는 부동산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같은 첨단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을 말한다.
양 회장은 이 데이터를 회원사들이 감정평가에 참고하도록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자동가치산정모형(AVM)을 개발해 국민에게 서비스할 계획이다. 감정평가 데이터와 시세, 미래가치 등을 고려해 감정평가금액을 추산하는 모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토지나 창고, 공장 등을 살 때 매수자 입장에서 감정평가금액이 어느 정도 나올지 대략 예측이 가능해 대출 등 자금계획을 세우는 게 수월해진다.
양 회장은 "1년에 한 번 조사하는 공시지가와 특수관계에 의한 거래가 포함된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가치산정모형은 100% 신뢰하기 어렵다"며 "특수관계에 의한 거래, 의도적인 고가 또는 저가 매매 의심 사례, 일명 '알박기 땅'에 대한 거래 등을 감안해 감정평가사들이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AVM을 개발해 국민에게 서비스하고 정책적으로도 활용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하반기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임기 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는 "실거래가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부동산 전문가인 감정평가사들이 파악한 데이터와 역량을 활용한다면 정책적으로도 쓰임이 많을 것"이라며 "정부 부동산 정책의 동반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감정평가기관에 대한 신뢰 제고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양 회장은 "보상감정, 담보감정 업무와 관련해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고 어느 한쪽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럴수록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감정평가를 통해 공정한 부동산시장 확립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급등한 공시가격에 대한 의견을 묻자 양 회장은 감정평가 원리를 아느냐고 반문했다. "감정평가를 할 때 감정평가사는 부동산의 과거, 현재, 미래가치를 모두 반영해야 합니다. 이 부동산에 원가가 얼마나 투입됐는지, 현재 얼마에 거래되고 있는지, 추후 어떤 효용을 제공해줄지 등 원가·비교·수익 방식 세 가지를 비교·분석하죠. 실거래가격이나 시세가 그 부동산 가치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에요. 신고가를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로 인식하는 것을 전문가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까닭이죠. 실거래가격 만능주의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 He is…
△1965년 대구 출생 △1990년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2001년 감정평가사 자격증 취득 △2013~2015년 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위원 △2017~2021년 2월 하나감정평가법인 대표 △2021년 3월~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 한국부동산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