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4 (목)

  • 맑음동두천 0.3℃
  • 맑음강릉 7.1℃
  • 박무서울 3.7℃
  • 맑음대전 2.5℃
  • 구름조금대구 2.2℃
  • 흐림울산 6.0℃
  • 구름조금광주 1.7℃
  • 구름많음부산 6.0℃
  • 구름많음고창 -1.6℃
  • 구름많음제주 6.9℃
  • 맑음강화 0.5℃
  • 맑음보은 -2.2℃
  • 맑음금산 -2.7℃
  • 맑음강진군 -0.6℃
  • 구름많음경주시 -0.5℃
  • 구름많음거제 3.9℃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송승환, 진짜 연기는 지금부터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만날 인연이 있을 리 만무하다. 

어릴 때부터 TV에서 깔끔한 외모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역성우로, 

탤런트로 그리고 연극배우와 MC로 활약하는 소식을 들으면 먼발치서 

다른 세상을 이곳에서 사는 사람처럼 그저 부러워했을 뿐이다. 


그에게 좀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난타’라는 난버벌 퍼포먼스로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그가 문화전도사로, 

생경한 문화로 세상사람들에게 문화적 정서를 느끼게 해 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정도로 발전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 정도....


그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문화적 DNA가 남다른 사람이로구나 생각하며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그는 88 서울올림픽이후 30년 만에 가진 세계적인 스포츠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고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그런 그가 동계올림픽 행사가 끝난 어느 날 시력이 약해졌고 실명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방송에 나오기 시작했다. 황반변성과 망막색소변성증이란다. 

무슨 증세인지 전혀 모른다. 결론적으로 실명한다는 이야기다. 치명적인 병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그가 유명세를 떨칠 때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잘나갔던 그의 삶을 은근히 부러워했던 내가 그의 삶이 조금 어긋나게 되자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그런 저급한 심리는 절대로 아니다.  


앞에서 화려하게만 보여졌던 그의 이미지에 가려 보지 못했던 그의 진정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인간 본성을 내게 확인시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앞선 것일 뿐이다. 

가끔 TV에 나와 ‘지금은 30cm앞의 물체를 겨우 본다’면서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모습을 보며, 그가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이 애처로운 것이 아니라 더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연기자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그 마음이 부럽다는 말이다.


그가 앞을 잘 볼 수 없어도 당당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 연극배우로서 역할을 다하고, 

때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며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대중 앞에서 여러 감회를 밝히는 

모습을 보면,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보다 그가 더 진지하고 멋있게 보인다. 


그를 보면서....남극탐험가 아문젠과 경쟁을 벌였던 로버트 스콧이 남극탐험 중 동사하자 동료 체리 개런드가 ‘최선을 다하고 잠든 스콧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며 ‘잠든 가련한 

영혼을 봤을 때 문득 질투심이 생겼다’고 한 말이 실감나게 느껴졌다. 


송승환, 더 이상 건강, 시력을 잃지않고 배우로서, 문화리더로서 건재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러나, 잘 나갈 때만의 배우가 아닌 스러지고 있는 때에도 한결같은 배우이기를 기대해 본다. 혹시 더 노쇠해지고 시력이 더 나빠진다고 하더라도 시련에 당당하고 담담하게 맞서는 모습. 실명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거는 너무 큰 욕심인가?  "진짜 연기는 지금부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