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연인 루살로메
루살로매
김미선 시인
여인이 지닌 풍부한
가슴산은
꼭대기에 정점을 찍고
봉긋한 꼭지는
검붉었고 차가웠다
수많은 수캐들의
낯 뜨거운 고백의 서(書)는
가슴 산에서 솟구치던
유즙이 흩날려
시인의 가슴 모서리에 와
두들겨댄다
산 정상에서부터
창조해내던
여인의 넉넉한 에너지는
아름답고도 허접한
붉은 대지(大地)
친숙하게 다녀가고픈
염원의 발산지
시인은 죽어도
다녀가지 못했을 그곳을
언어로 대신하고
유즙이 솟구치던
산 정상에서
나자빠졌다.
관능의 샘에서 유유히 흐르던
욕정의 활화산
수캐들이 흘리던
탁하고 씁쓸한 유액들과 합쳐져
용암처럼 흘러내리던
눈꼴사나운 어느 날
여인은 어느 사내 품속에
들어가
끈적이는 것들을
쏟아 내고 있었을까
내세울 것도
내밀 것도
더욱 없는 내게
풍만한 가슴으로
나를 작아지게 하는 여인,
김미선 시인
시가 흐르는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