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아홉, 스무 살을 갓 넘긴 젊은 시절에 6·25전쟁을 겪었다. 총성이 오가고 수많은 사람이 쓰러지는 전쟁터에서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땅 한 조각이 아니었다. 국민의 생명과 자유가 존중받고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대한민국을 후대에 물려주겠다는 마음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나라를 위한 책임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울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한일월드컵 등 국제행사에서 봉사했고, 학생들을 만나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렸다. 세월이 흘러 아흔을 넘긴 지금도 참전유공자들의 권익과 보훈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국가가 국민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최근 만 95세인 이만희 신천지예수교회 총회장이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 총회장은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법원은 증거인멸의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청구한 구속적부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수사를 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제기된 의혹이 있다면 법과 절차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죄가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수사와 구속은 같은 말이 아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불구속 상태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속은 처벌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을 위한 예외적인 수단이어야 한다.
더욱이 이 총회장은 만 95세의 초고령자다. 나 역시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노인으로서 고령자의 하루가 젊은 사람의 하루와 얼마나 다른지 잘 알고 있다. 나이가 들면 작은 환경 변화만으로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좁고 낯선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육체와 정신에 큰 부담이 된다.
구속 상태가 아니더라도 출국금지, 주거 제한, 정기적인 출석 요구 등 수사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이나 자택에서 수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핵심은 수사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사를 계속하는 것이다.
이 사건을 특정 종교에 대한 찬반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신천지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가 구속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종교와 정치적 입장을 떠나 모든 국민에게 같은 법과 인권의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전쟁터에서는 인간의 존엄이 무너지는 모습을 수없이 보게 된다. 그래서 전쟁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평화로운 시대의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존엄을 더욱 세심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한 국가는 사람을 함부로 가두는 국가가 아니다. 법을 집행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는 국가가 진정으로 강한 국가다.
이만희 총회장의 혐의에 대한 최종 판단은 수사기관이나 여론이 아니라 법원이 증거에 따라 내려야 한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유죄가 확정된 사람처럼 취급돼서는 안 된다.
수사기관과 사법부에 간곡히 호소한다. 만 95세 고령자의 건강과 방어권을 충분히 고려해 이 총회장을 즉시 석방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도록 해주기 바란다. 필요한 수사는 철저히 하되, 그 과정에서 한 인간의 생명과 존엄까지 위협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법치는 엄정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절제와 인권, 약자를 향한 배려가 함께할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고령 피의자에게도 인간다운 대우와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우고자 했던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믿는다.
최영식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용산구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