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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칼럼 '이판사판 신언서판의 #변이 [理判事判 身言書判]

"제가 왜? 면접에서 떨어진 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제가 왜? 면접에서 떨어진 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좌절과 실망감에 못 견딘 20대 청년의 이판사판 막판 통화의 인용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동안 군 복무도 마쳤고 취업이 어려운 때에,

9급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한 기쁨은 잠시였고 상상도 못 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지인의 아들 이야기를 들었다.

 

갈 곳 없는 20·30세대들의 취업난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공무원 시험을 선택한 이들은 필사적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했을 것인가? 희비가 엇갈린 이유가 있었다.

 

2014년부터 변경된 공무원 면접시험은 필기 및 실기와 다르게 추가합격이 가능해졌고 면접결과의 등급에 따라 합격 여부를 결정한 것이다.

국가직, 지방직, 서울시 5, 7, 9급 모두 동일하나 각기 다른 양상이다.

등급에 따라 선발인원의 초과나 미달일 경우 심층 면접이 재진행 되나 어지간하면 필기와 실기성적순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사실상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면접 조언은 합격자들의 사례일 뿐이고 불합격의 실망을 누가? 어디에? 얼굴 팔릴 공개는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라 쉬쉬한단다.

그러니 어려운 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한 이들이 면접에서 떨어질 상상을 누가 했을까 싶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었다.

 

공무원 채용 면접에 대해 뭘 알겠냐마는 면접관 과반수의 눈에 들어야……. 그것에 합격을 좌우하는 눈과 귀는 身言書判[신언서판]의 身에 해당하는 준수한 외모와 이왕이면 훤칠한 키, 듣기 좋은 목소리도 한몫 했을까 한다. 물론 말을 잘해도 목소리가 듣기 거북하면 나 또한 같은 점수라도 아니 점수 차가 있어도 준수한 외모가 먼저였을지도…….

 

당연히 공시생들은 필기에 합격할 정도라면 면접의 예상학습도 게을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극소수의 예외도 면접에 반영은 될 것이다.

결국, 추가합격 가능성은 외모와도 무관하지 않고 채용 청탁의 비리도 

없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아예 1차 필기에 서류전형을 넣어 불합격시키든가……. 이게 희망 고문이다.

이론으로 아는 身言書判은 중국 당나라 때, 관리 등용의 시험에서 인물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던 용모와 언변 필적과 판단력을 다 갖춘 인재의 조건이었다.

 

그렇다면 면접관의 자질은 검증된 것인가? 그들의 판단은 옳은 것일까?

물론 다 같지는 않겠지만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가 나오지 말았어야 정상이다.

 

시대와 사회적 트랜드의 변화로 인한 공시생들의 좌절감은 또 어떠한가?

국가 인재 양성의 초석에 공무원 시험의 시스템 고려는 왜 안 하는 걸까? 

요즘 논란이 된 외부인재 영입은 결론적으로 정치판 내부에 인재가 없다는 말이고 그 또한 시한부 액션이다. 인재양성 시스템의 언급도 이해 불가다.

 

시스템이 없어서 인재가 없다? 그게 언론을 통해 나올 말인가?

입맛대로 인재를 영입하자는 건 아닐까? 수많은 20·30세대들을 무위도식하게 만든지 오래고 청년실업급여니 뭐니 혀끝에 감도는 소리만으로 난무하다.

 

현재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시스템이고 각 분야에서 활약할 인재라는 것이다.

이미 실력과 공부의 열정은 세계 최고라는 사실도 우리는 알고 있다.

청춘을 지내고 소위 어른이라 칭하는 각계각층의 최고 지성인들은 처음부터 100% 인재였던가? 시행착오라는 양성 과정을 거친 숨은 인재들이 살아있는 지금이 한국의 역사인데, 기회조차 무시당하고 있는 젊은 인재들이 없어야 하고 주저앉힌 체 매장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강국의 대명사인 지금 사회는 스타성 인재의 홍수가 아니던가?

상위 1%대 두뇌로 최고 국외파의 인재가 정치판의 간판스타가 된 것도 인재 영입인가? 정치와 무관한 분야의 인재들도 스스로 아니면 말지 국민모두를 대변하는 청년세대의 영웅인 양.. .. 결국 스타를 바랬던 것은 아닐까?

 

현실성 없는 취업 문턱과 열심히 잘해도 포기가 아픔이 된 결과만 낳았다.

그러니 이판사판 막판이라는 개념도 무색하게 대답 안 해줄 이유를 물었던 

한 공시생의 사연도 청년 인재감들의 좌절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身言書判에 덜 닿은 인재가 아니라는 것을 지양하고 각자의 실력과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라도 주고 올바른 평가의 강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리고 대부분 어원이나 뜻도 모르고 쓰는 이판사판[理判事判]을 거론한 것은 넘쳐나는 외래어의 합법적 사용처인 방송에서도 우리말로 바꾸자며 정작 모든 방송에서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뜻 모르는 말투성이다.

 

나 또한 한자어나 외래어를 선호하지 않지만, 그저 학습된 기억을 꺼낸다….

불교용어로 유래한 이판은 도 닦는 법 공부의 이판승과 절의 재물과 사무를 맡은 사판승에서 나온 말로 아주 효율적인 역할분담이다. 다만 불교 핍박 

시대의 스님은 하류가 됐기에 신분 전락의 마지막 궁지로 몰린 설화로 전한다. 

무시도, 수용도 곤란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과 극단적 의미로 여겨진다….

속단도 금물이나 분명한 것은 理判과 事判의 합성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는지 모르는지 2판, 死 판 하물며 피자 몇 판에도 쓰인다….

그야말로 변이된 초대박 신조어인 셈이다.

 

이판사판 막판에, 전혀 다른 의미인 개판, 난장판 그리고 정치판인 그 판이 더 한판이라고 떠들어댄들, 법만 따지는 판이라도 못할 말은 아니지 않을까 한다.

제아무리 설득력이 있는 공약이라도 오랜 시간 현실감과 신뢰가 없는 약속에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약속을 왜 강조하겠는가?

 

못 지킬 약속을 반복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모든 말한대로 투명하게 지켜질 일이었다면 애초에 약속이라는 말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 생활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정책은 인재 등용의 공정함이 장기적인 안목을 놓치지 않는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 시대의 신언서판도 변절되지 않은 변이현상의 구조적 개념일지 모르나 변이된 이판사판의 모순을 깊게 새겨봐야 할 일이다.

역사의 기록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 인재 영입의 변이는 미래의 역사가 될 것이고 인재 강국 미래의 초석은 균등하게 주어지는 청년세대의 기회이다….

 

모래 위에 집 짓고 쓰레기더미 앞에 고층빌딩 올리며 시궁창 위에 자리한 정자에서 현실성의 가치를 논하는 자는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아직도 지인의 통화가 마음 찡하게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inside people 金仙渶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