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버크셔해서웨이 창업자 워런 버핏 등 미국 톱3 부자 자산이 미국 하위 1억6000만명 자산 합계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1억6000만명은 미국 인구 절반이다.
미국 진보적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 보고서 '2020 억마장자 재산(Billionaire Bonanza)'은 톱3 부자의 위력과 함께 코로나19 발생 직후 빈부격차가 더 심해졌다고 폭로했다. 2020년 3월 18일부터 4월 10일까지 미국에서 2200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반면에 억만장자들 자산은 2820억달러(약 345조원)나 증가한 3조2290억달러(약 4000조원)에 달했다.
신간 '과도한 부' 저자이자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마르틴 쉬르츠는 "과도한 부가 정의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부자들은 돈으로 권력을 동원하고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법인세 감면이나 민영화, 조세피난처 방치, 금융자유화, 규제철폐·완화 등 정치적 과정을 통해 거대한 부를 쌓고 지켜왔다.
대다수 사람들의 소득이 노동 대가인 반면에 부자들은 투자나 자산임대를 통한 불로소득을 얻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 몇 달러로 생계를 유지하는 동안 과도한 부자들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불어난 막대한 자산으로 초호화 생활을 누릴 수 있다.
20여년 유럽의 자산분배를 연구해온 쉬르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자산집중은 지속적으로 강화됐으며 그 어떤 초인플레이션이나 전쟁도 사적 자산을 위협하거나 녹여 버리지 못했다"며 "노동으로 벌어들인 자산보다 상속자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수십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상대적 박탈감은 가난한 사람들의 감정적 동요를 불러일킨다. 질투와 증오는 빈자의 몫이 되고, 아량과 동정은 부자들의 미덕이 된다. 그러나 억만장자의 박애주의는 과도한 부의 사회적 문제를 보이지 않게끔 만든다. 쉬르츠는 "정의로운 사회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자산집중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평등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더 가중시킨다. 이들에게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한 노력이 강요되면서 삶의 모든 측면을 힘들게 만든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에도 모순된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