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편지
최명숙
네가
젖은 길을 걸었다고 들었다
그늘진 이야기를 짊어졌다고 들었다
지금은 어떤지
상처를 스치는 바람에
울고 다니는 건 아닌지
꽃망울은 쉴 새 없이 터지는데
네 앞길을 덮는 노을에 밀려
쓸쓸한 방에 갇힌 건 아닌지
벚꽃 핀 호수 길 사람들 속에서
너를 찾던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사람아
꽃그늘도 그늘이다
그늘에 서지 마라
너만의 길을 떠나라
나무를 키우는 사월의 햇빛처럼
내 마음은 너와 함께하리니
-최명숙 시집 《고백》(2020)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