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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세이>별의 순간, 별의 순간, 하는데 ‘별의 순간’

인생에 딱 한번 주어지는 절호의 기회

                                                                                               자료사진 캡처

한번 반짝 빛나는 순간이 별의 순간이다. 은하계의 잔해들이 별이 되는 순간은 눈 한번 깜짝할 순간이다. 밤하늘에 보는 별들도 한번 반짝한 별이고 이미 사라지고 없을 별이다. 이 별이 반짝하는 순간은 눈 한번 깜짝할 순간이고 찰나적 순간이다. 찰나는 불교에서 가장 짧은 시간을 의미한다. 


요즘 정치권에서 ‘별의 순간’이란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 유명해진 멘트다. 별의 순간을 잡았다는 그의 말은 한번 반짝 빛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말이다. 


김 전 위원장의 말을 번역하면 큰 권력 즉 대권을 잡을 수 있는 딱 한번, 절호의 찬스가 왔다는 말을 에둘러 그렇게 표현했다. 김 전 위원장은 독일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독일에서는 ‘별의 순간’을 'Sternstunde(슈테른슈튼데)'라고 한단다.


‘슈테른슈튼데’ 이 말은 ‘운명적 순간’ ‘결정적 순간’ ‘역사적 순간’으로 번역한다. 오스트리아의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쓴 "별의 순간 Sternstunden der Menschhei"이란 저서에서 따온 말인 것 같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별의 순간’이란 책에서 키케로에서 메흐메트 2세, 발보아, 헨델, 루제 드 릴, 웰링턴, 나폴레옹, 괴테, 서터, 도스토옙스키, 필드, 톨스토이, 스콧, 레닌 그리고 윌슨에 이르기까지 서양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 만든 ‘운명적인 순간’을 어떻게 맞이했는지를 파노라마처럼 정리했다.


필자는 김 전 위원장이 독일유학파로서 ‘별의 순간’이라고 언급했을 때 니체의 얘기가 떠올랐다. 니체는 독일 낳은 세기의 철학자이다. 철학자 니체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시인과 한 여인 ‘루 살로메’라는 여인을 두고 지리한 사랑싸움을 하고 있었다.


니체는 루를 만난 이후 ‘내 인생에 새로운 여명이 빛나고 있음을 느낀다’며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루를 ‘이 지상에서의 이상’으로 칭송하고 청혼까지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에도 니체는 루에게 수 십 통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 어느 날 루를 우연히 만났을 때 “우리가 여기서 다시 만난 것은 어느 별이 도운 것일까요?”라는 유치찬란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어느 날 다시 만나게 된다면, ‘김 전 위원장은 어느 별이 도와서 만나게 되는 것이며, 윤 전 총장은 그 별의 순간을 어떻게 운명적인 별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