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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힘 목장의 혈투'에 정치 유모어, 위트 넘친다

주호영, 김웅,홍준표, 이준석이 펼치는 설왕설래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이지만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초선의원과 중진의원간 설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인상 찌푸리기 보다는 보는 재미가 쏠솔하다. 막발이나 저속한 표현으로 상대를 매도하던 과거에 비해 공방전이 고급스러워지고 있다는 점이 색다른 풍경이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쓴 ‘세상을 바꾸는 언어’라는 책에서 “우리 정치인들 말이나 연설에선 여유와 재치를 찾아보기 힘들다. 편 가르기와 적대의 언어가 넘치다 보니 웃음의 리더십, 유머나 위트가 끼어들 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금 국힘에서 그런 유머나 위트가 넘친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앞두고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가운데 이준석 미래통합당 전 최고위원, 김웅 의원 등 젊은 보수들도 출마선언을 서두르고 있다.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이들이 중진을 누르며 의외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발표도 있다.

     

이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5선의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되고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중간 산도 다녀보고 원정대장을 맡아야 한다”며 경험없는 젊은 보수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주 전 원내대표는 이어 “대선이라는 큰 전쟁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채 포부만 갖고 하겠다는 것에 대해선 국민이 잘 판단하실 것”이라며 “당 대표 출마를 개인의 정치적 성장을 위한 무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5선에 빛나는 노회한 정치인다운 정공법이다.

     

이에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하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즉각 반격했다. “주호영 선배께서는 팔공산만 다섯 번 오르시면서 왜 더 험한 곳을, 더 어려운 곳을 지향하지 못하셨습니까”라며 “팔공산만 다니던 분들은 수락산과 북한산, 관악산 아래에서 치열하게 산에 도전하는 후배들 마음을 이해 못 합니다”라고 반박했다. 

     

자신이 서울 노원에서 연거푸 낙선한 점을 내세우며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에서만 내리 5선을 한 주 의원을 비꼰 것이다. 이 정도로 맞받아치니 당 대표 1-2위권을 넘볼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복당에 대해 반대하는 초선들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 “막무가내로 나이만 앞세워 정계 입문 1년밖에 안 되는 분이 당 대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좀 무리다. 온실 속에서 때가 아닌데도 억지로 핀 꽃은 밖으로 나오면 바로 시든다. 내공을 쌓고 자기의 실력으로 포지티브하게 정치를 하라”고 포문을 열었다. 홍준표다운 점잖하지만 뼈있는 충고다. 

     

그러자 김웅 의원은 "꽃은 시들기 위해 피는 것이고, 찰나의 미학이 없는 정치는 조화와 같다"면서 "시든 꽃잎에는 열매가 맺지만 시들지 않는 조화에는 오직 먼지만 쌓인다. 저는 매화처럼 살겠다. 의원님은 시들지 않는 조화로 사시라"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또 “제가 세게 이야기하는 것을 누구에게 배웠겠는가. ‘노욕이다. 정계 기웃대지 말라’고 과거 전과까지 꺼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공격하던 선배 모습을 보고 배운 것 아니겠는가”라고 맞받아치며 설전을 벌였다. ‘검사내전’을 쓸만큼 실력이 있으니 홍 의원이 상대를 잘못 고른 게 아닐까. 

     

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 합류시기가 빠를수록 좋다고 주장하며 “소비자들은 수입산 소고기 보다 국내산을 더 좋아한다. 차기 대선까지 버스 정류장이 2개 있는데 버스는 당내 대선 과정에서 한번 서고, 단일화 판이 벌어질 때 또 한번 선다"며 "앞에 타면 육우, 뒤에 타면 수입산 소고기가 된다"고 우회적으로 윤 전 총장과 안 대표의 심기를 건드려 봤다. 

     

그러면서 "우리 목장에서 키워서 잡으면 국내산 한우, 외국에서 수입해서 6개월 키우다 잡으면 국내산 육우, 밖에서 잡아서 가져오면 외국산 소고기"며 "당원들과 우리 당을 아끼는 분들이 조직적으로 야권단일후보를 도우려면 국내산 한우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국내산 육우 정도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이나 안 대표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이에 대응할만한 적절한 비유가 생각나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윤 전 총장이나 안 대표가 이 전 최고위원의 은근한 비꼼에 대해 그럴 듯한 비유로 장군멍군 할 정도의 정치적 수사를 던질 수 있어야 비로소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