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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심상정, 고질적인 인재난과 부족한 지역기반 한계에 직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돌연 잠적했다.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주요 보직자들의 총사퇴를 결의하며 분란을 수습하고 있지만 정작 심 후보의 정확한 의중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심 후보의 실망감이 비단 낮은 지지율 탓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21대 총선부터 지적받아온 당내 고질적인 인재난과 부족한 지역 기반, 의제 설정 부재라는 ‘3중고’가 심 후보의 절망감을 키웠을 것이란 추측이다.

 

13일 정의당은 여영국 대표 주재로 긴급선대위회의를 열고 심 후보의 향후 행보에 대해 논의했다. 심 후보가 12일 당직자들과의 연락을 모두 끊고 선거 일정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정의당 선대위는 논의 끝에 주요 보직자들의 총사퇴를 결의했다. 선대위를 ‘리셋’함과 동시에 당내 쇄신 방안 마련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심 후보는 12일 선대위를 통해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간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가겠다”고 밝혀 후보 사퇴론이 불거졌다. 이후 여 대표를 비롯한 당 수뇌부가 심 후보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심 후보는 자택에서 머물며 외부의 연락을 일체 받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떨어진 지지율이 심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 후보는 지난해 10월12일 정의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지지율이 줄곧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한 조사에서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보다도 지지율이 뒤처지는 결과를 받아들기도 했다. 심 후보는 12일 한국기자협회 토론에 참석해 “제가 대안으로서 국민에게 아직 믿음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많은 고민이 된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심 후보 잠적의 이유를 최근 발표된 ‘숫자’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정의당의 위기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어서다. 이미 3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지율도 마찬가지였다.

 

정의당은 한 때 15% 넘는 지지율을 자랑하며 21대 국회에서 교섭단체 구성을 노렸다. 그러나 그런 정의당의 꿈은 21대 총선에서 한 순간 무너져 내렸다. 75명의 지역구 후보 가운데 심 후보(경기 고양갑 당선) 한 명만 당선됐다. 20대 국회 의석수에 비해 단 한 석도 늘어나지 않았다. 당시부터 심 후보는 정의당의 정체성과 비전을 고민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박원석 전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고질적인 인재난과 부족한 지역기반이 정의당의 위기를 불렀다고 진단한 바 있다. 박 전 의장은 2020년 4월22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당이 힘을 가지려면 지역에서 경쟁력을 길러 자립적으로 당선될 수 있는 후보를 만드는 게 관건”이라며 “그러나 현재 지역구에서 심상정 의원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후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의장은 “여당 쏠림 현상 때문에 원내에서 정의당의 존재감이 더 축소되고 있다”며 “원내외를 아우르며 다양한 정치‧사회적 의제를 발굴하려 노력해야 한다. 2년 뒤 대선에서는 정의당이 반드시 의제를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전 의장의 다짐은 현실화하지 못했다. 되레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지대 대안 주자’로 부상하며 심 후보의 입지는 더 줄어들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진영정치가 심화되며 제3지대 정치는 몰락했다”며 “심 후보는 진영정치 폐해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았다. 이번 대선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 할 것이란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