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피플=노재현 경제사회부 기자]
정부의 ‘6·21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새 아파트의 특별공급 물량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분양가상한제 개선 등에 따라 분양가 9억 원을 넘는 신규 단지에선 특별공급 없이 일반공급으로만 공급되기 때문이다. 자칫 가점이 낮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발표된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에 따라 분양가 9억 원을 넘는 서울 아파트는 증가할 예정이다. 세입자 주거 이전비와 영업 손실보상비, 이주비 대출 이자 등 정비사업 필수 비용과 건자재비 인상분을 분양가에 즉각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이에 따라 분양가는 현재보다 1.5~4%가량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분양가 인상에 따라 특별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 원을 초과한 아파트는 특별공급을 할 수 없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도심 주택 공급을 촉진해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려는 정부 의도와 달리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다자녀 가구 등 주거 약자의 청약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최대 재건축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이다. 이 단지는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하지만 소형주택인 전용면적 59㎡(25평형)에서도 특별공급 물량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이 2019년 산정한 3.3㎡당 분양가 3350만 원 대비 1.5%만 올라도 해당 면적 분양가는 8억 8750만 원에서 9억 75만 원으로 뛰는 탓이다. 다만 최종 분양가는 분양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정부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에 따른 신규 주택도 당초 예고한 분양가보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서 토지주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새 아파트를 짓는 방식으로, 일반 정비사업과 마찬가지로 각종 필수 비용이 발생한다. 이 비용이 분양가에 포함돼 1.5%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도심복합사업 본지구 지정을 마친 영등포구 신길2구역의 전용 84㎡(34평형)의 분양가는 당초 공개된 8억 9000만 원에서 9억 335만 원으로 올라 특별공급 대상 주택에서 제외된다.
실제 올해 들어 서울 분양 물량 중 9억 원 초과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 분양된 서울 민영 아파트 1805가구 중 분양가 9억 원 초과 물량은 748가구로 약 41.4% 비중을 차지했다. 9억 원 초과 비중은 2019년 42%에서 2020년 37.9%, 2021년 22.8%로 매년 감소하다 최근 분양가 규제를 피한 단지를 중심으로 공급되면서 다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승에 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분양가 9억 원을 넘으면 전체 가격의 60%인 중도금 대출도 받을 수 없어 자금 마련 부담이 높아진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분양 아파트 입지나 분양가에 따라 청약 수요가 달라지는 등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하고 특별공급 물량이 나올 수 있는 소형주택에 대한 젊은 세대의 수요가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