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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검찰총장의 중립성보다 대한민국 공정성이 먼저다!

비뚤어진 대한민국 운동장 바로 세워야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로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고, 본인 또한 사실상 정치참여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수차례나 강도 높은 정치적 메시지를 던져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그간 윤 전 총장에 우호적이었던 한 현직 검사가 비판의 글을 썼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검찰 내부망에 “전직 총장의 정치활동은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고 썼다. 


그의 지적처럼 비교적 중립을 지켜왔던 검찰총장이 퇴임하자마자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그간의 검찰행보에 대한 중립성을 의심받을만 하다. 문재인정권이 검찰개혁의 핵심 중의 하나가 바로 검찰의 중립성이었다. 공수처 설치나 검경수사권 조정 같은 조치들도 검찰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거두절미하고, 만약에 윤 전 총장이 과거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가 자신의 정치행보를 위한 수순이었다고 가정해 보자. 문재인 정권 때 ‘대통령이 빚을 졌다’고 고백했던 조국 전 장관 가족 수사를 비롯 울산시장 선거 수사 등도 훗날 자신의 정치행보를 위한 수순이었다고 가정해 보자. 


정치적 입지를 위한 유불리를 정확하게 따진다면,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위한 고도의 기획된 행보였다면,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는 우병우식으로 마무리해 박 전 대통령에게 총애를 받는 것이 더 유리했을 것이고, 조국 수사는 이성윤식으로 마무리해 문 대통령으로부터 계속 ‘우리 총장님’으로 불리우는 편이 자신의 정치적인 진로에 훨씬 유리했을 것이다. 


어느 정권이나 어떤 지도자이거나 하해(河海)와 같은 성은(聖恩)을 바라고 총애를 받기 위해 재롱을 떠는 측근이나 부하를 싫어하지 않는다. 윤 전 총장도 얼마든지 정권에 충성하고 정권의 비리에 칼끝을 겨누지 않고 승승장구할 길을 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윤 전 총장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선언해 둔 것도 자신의 길과 방향이 이러하니 딴지 걸지 말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겠다는 것은 대통령을 위해 일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조직에 충성하지 않겠다는 것은 특정정권을 위해 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안중근 의사의 말을 되새겨본다. 안 의사는 죽음을 앞두고 뤼순감옥에서 자신을 돌봐준 간수에게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글을 남겨 주었다. 같은 달에 또다른 검찰관에게는 ‘국가안위 노심초사(國家安危 勞心焦思)’란 글을 써 주었다. 


안 의사의 첫 번째 글은 군인은 군인으로서, 정치인은 정치인으로서, 공직자는 공직자로서, 학생은 학생으로서 각자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해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가르쳐 준 것이다.


두 번째 글은 공직자는 또 국가의 안위를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법과 법치에 어긋남이 없는 생활을 하기 위해 노심초사해야 한다고 가르쳐주고 있다. 결국 안 의사의 말은 작게는 소속된 곳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크게는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윤석열의 얘기로 돌아간다. 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살아서도 검찰, 검찰로 죽어야 한다고 요구하는가? 변호사로, 판사로, 검사로, 경찰로, 고위공직자로, 전문가로 일하다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출마해 당선된 사람이 하나둘인가?  


총장 재직 중에 정치인 행보를 했다면, 그것은 임명권자와 권력자의 실수지 윤 전 총장의 잘못은 아니다. 윤 전 총장은 묵묵히 검찰조직을 지키기 위해 일했지만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치실현을 위해 일한 것이다. 


작금의 현실을 보라,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뿐만이아니라 수많은 공직자들이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일하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안위에는 관심도 없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앞을 다투어 정의와 공정을 마구 유린하고 있고 장관은 정당을 위해 일하고 대통령은 국민보다 정권의 안정에 올인하고 있다.


왜 윤 전 총장에게만 검찰중립성을 지키라고 강요하면서 대한민국 공정성이 유린당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 말하는가. 정의감있고 공정성에 눈을 뜬 사람이라면 작금의 현실에 분노하고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위기다. 검찰의 중립성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공정성 회복이다. 기울어진 나라에 검찰만 홀로 바로 설 수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일에 여,야나 보수, 진보할 것 없이 모두 분노로 나서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분연히 일어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