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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최장집 “촛불시위가 혁명? 건강한 민주주의 도움 안돼”

'자유 민주주의 지킬 보수정당 잘되길 바래'

진보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등이 이미 민주당과 여권 그리고 현 정치권에 잇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대표적인 진보인사라 할 수 있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현 정치권을 향해 따가운 충고를 했다.   


최 명예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촛불시위부터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제주연구원에서 열린 제주연구원 개원 24주년 기념 특별강연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진단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를 떠받친 것은 진보, 보수 이념을 대표하는 정당 간 경쟁이다. 하지만 촛불시위로 진보와 보수 그 균형이 붕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촛불시위로 인한 대통령 탄핵 이후 민주당 정부는 역사청산, 적폐청산 등 광범위하고 급진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촛불시위를 혁명으로 규정했다”며 “이후 이전 사회의 성과와 보수세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정치의 위기는 진보·보수 이념 갈등의 극대화”라며 “폭넓은 갈등이 확산하고 심화한 것이 촛불시위 이후 나타난 정치 현상의 특징”이라고 했다.


최 명예교수는 “촛불시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촛불시위를 ‘혁명’으로 규정해 이를 이해하는 방식은 건강한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장기집권 형태로 간다면 아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명예교수는 지난해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위기의 한국민주주의, 보수정당이 한국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길' 강연회에서도 문재인 정부 들어 적대 정치가 악화된 주원인에 대해선 “정부가 ‘여론’에 의한 정치만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문제를 여론이라는 이름의 의견집단에 기대어 결정한다”며 “법의 지배가 가능치 않은 전제정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 간 협의도 없고 반대를 적대시하며 국정을 운영했다. 이것이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최 교수는 지난해 6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한국정치연구’에 기고한 ‘다시 한국민주주의를 생각한다’ 논문에서도 “특정 정치인을 열정적으로 따르는 ‘빠’ 현상은 강고한 결속력과 공격성을 핵심으로 한 정치운동”이라며 “조직된 다수가 공론장을 지배하면서 여론을 주도하며 시민사회 공론장을 황폐화시킨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 교수는 “박근혜 정부를 반대하던 촛불시위를 ‘혁명’이라고 해석한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촛불시위를 ‘혁명’으로 해석한 데서부터 문제를 느꼈다”면서 “촛불을 자신들 뜻대로 해석하고 전유하며 ‘적폐청산’이라는 기조로 국가주의적 운영을 해 나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촛불로 세워진 정부가 촛불을 배신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준만, 진중권 등 진보학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고 등을 돌린 것도 이 같은 모순적 행태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적 급부상과 관련해서도 한마디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가 운영 방식과 개혁 과정에서 보여준 법치 위기, 한국 민주주의 위기에 국민 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위기를 해소해 줄 강력한 인물을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그(윤석열)가 이전 정권에서만 강하고 현 정부에서 변했다면 그저 권력의 시녀로 비쳤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며 “현재 권력에서도 검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특정한 사건이 아닌, 그동안 많은 사건에서 역할을 보였기 때문에 일시적 지지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최 교수는 “집권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면서 “저는 민주당보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위해 보수당이 민주당보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 시장경제 원리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게 보수가 해야 할 일”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최 교수가 강연회를 끝낼 때 독일 희곡 작품 ‘갈릴레이의 생애’의 한 대화를 인용해 현 사회 현상을 분석한 것이 이채롭다.


“영웅을 갖지 못한 사회는 불행해.”

“아니야.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가 불행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