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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소비자물가, 금융위기 수준 이상…물가 중심 통화정책 펼쳐야”

-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모두발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서울=인사이드피플) 노익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운용이 바람직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으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전망경로를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물가흐름과 관련하여 저희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내외 물가상승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4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적지 않은 물가 여건의 변화가 있었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 기대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며 “이에 따라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전망경로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물가흐름과 관련해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글로벌 전망기관들에 따르면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높아진 국제식량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특히 국제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현상은 하방 경직적이고 지속성이 높은 특성으로 인해 그 영향이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의 모두발언 전문.


한국은행은 물가상황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연 2회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간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 내용을 설명드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물가상황이 엄중하여 이번 설명회를 현 물가상황에 대해 국민들께 상세히 설명드리고, 앞으로의 정책적 노력에 대해서 이해를 구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먼저 최근의 물가상황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금년 들어 물가오름세가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초 3%대 중반을 기록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중 4%를 웃돈 데 이어 불과 두 달 만에 5%를 상당폭 상회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물가오름세가 이처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한 데다 곡물 등 국제식량가격도 전쟁 여파, 주요 생산국의 수출 제한,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외식물가나 임금 상승으로 전이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한층 커진 점도 물가오름세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오름세가 지난달에는 3%대 중반까지 높아졌습니다.


앞으로의 물가 흐름은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국제원자재가격 추이,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상승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전반적으로 상방 리스크가 우세해 보입니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4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간 적지 않은 물가 여건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기대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또한 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제한 등으로 수급차질 우려가 커짐에 따라 국제유가가 지난 금통위 직전 109달러 수준에서 6월 들어 평균 120달러 내외로 크게 상승하면서 지난 전망 당시의 전제치를 상당폭 웃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전망경로를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됩니다.


향후 물가흐름과 관련하여 저희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요 글로벌 전망기관들에 따르면 고유가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높아진 국제식량가격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국제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현상은 하방경직적이고 지속성이 높은 특성으로 인해 그 영향이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도 회복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해외 공급측 요인의 영향이 오래 지속되면서 물가상승압력이 국내 여타 품목으로도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국내외 물가상승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습니다.


이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목표인 2%를 넘어 3%를 상회하고 있는 가운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2% 수준까지 상승하였습니다. 시장기대를 반영한 기대인플레이션 지표(BEI)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간 상호작용(feedback)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은 경제주체의 체감도가 높아 기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의 성장 둔화, 주요국의 금리인상 가속 등으로 연말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의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지난주 미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인상, 소위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안정, 외환시장 상황 등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으로, 유연하게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물가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이자지급 부담 증가 등으로 어려워진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가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정책공조를 통해 보다 정교하고 미시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엄중한 물가 상황에 대하여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당행의 설립목적인 물가안정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