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0 (토)

  • 흐림동두천 -4.0℃
  • 맑음강릉 0.9℃
  • 맑음서울 -1.2℃
  • 맑음대전 -3.6℃
  • 맑음대구 -0.8℃
  • 맑음울산 -0.2℃
  • 맑음광주 -1.6℃
  • 맑음부산 0.6℃
  • 맑음고창 -4.3℃
  • 연무제주 7.2℃
  • 맑음강화 -4.4℃
  • 맑음보은 -4.8℃
  • 맑음금산 -5.9℃
  • 맑음강진군 -3.8℃
  • 맑음경주시 0.5℃
  • 맑음거제 -0.2℃
기상청 제공

한국 에로티시즘 秀作 재개봉… “저도 극장에선 처음 봅니다”

영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 … 정진우 감독


한국 에로티시즘의 수작으로 통하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가 12일 리마스터링해 CGV 시그니처K관 등에서 ‘트로이카 전성시대’ 기획전으로 재개봉하는 가운데 연출과 제작을 맡았던 정진우(83·왼쪽 사진) 감독이 영화에 얽힌 사연을 공개했다.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는 1981년 3월 1일 개봉해 11만여 명의 관객을 끌며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이다. 산속에서 숯을 구워 파는 돌이와 순이 부부 앞에 탐욕스러운 산림간수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담았다. 1970∼1980년대 한국영화의 여배우 트로이카 중 한 명이었던 정윤희(오른쪽)가 순이로 출연해 순진무구하면서도 과감한 연기로 그해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이 영화는 작품상과 촬영상, 음악상 등 9개 부문상을 휩쓸어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정윤희의 노출에 초점이 맞춰져 에로티시즘만 부각된 측면이 있다.


정 감독은 “1980년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 만든 작품이다. 원래 정비석 작가의 단편 ‘성황당’이 원작이다. 산림간수의 폭압이나 친일파의 등장에서 볼 수 있듯 권력에 대한 저항과 인간의 자유를 표현하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에로영화로만 관심이 쏠린 게 아쉽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더구나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날, 갑자기 감옥에 붙잡혀 들어가 자신의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것도 보지 못했다. “다음 작품인 ‘여명의 눈동자’를 찍고 있었는데 군부에서 요구한 특정 여배우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옥에 끌려가 두 달을 살다 나왔다. 결국 내 영화를 나중에 비디오테이프로 봐야 했다. 그러니 40년 만에 영화가 극장에 제대로 걸리는 것을 보는 셈이다.”


정 감독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제목에 얽힌 사연도 들려줬다. 당시 원제인 ‘성황당’은 영화 제목으론 적합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었다. 고심하던 정 감독은 정윤희의 폭포 신을 촬영하러 강원 오대산에 오르던 첫날 계곡 물가에 떨어진 뻐꾸기 새끼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이번 ‘트로이카 전성시대’ 기획전에는 정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와 ‘자녀목’도 오는 26일 재개봉한다.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도 정윤희 주연작이다. 에로티시즘이 가미됐지만 역시 인간의 자유와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원제는 ‘침묵’인데 특색 있는 작명으로 인해 군부 검열에서 에로영화로 분류되면서 빛을 볼 수 있었다. 정윤희는 이 작품으로 2년 연속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자녀목’은 원미경이 주연했다. ‘자녀목’은 대종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고,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정 감독은 “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던 30대 성인도 이제는 70대가 됐다. 그런데 이렇게 개봉하니 느낌이 남다르다”면서 “12일 재개봉할 때 극장에 가서 관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