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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곳곳 쓰레기 대란...혐오시설 유치 지자체 없나?

서울,경기,인천 모두 '내 땅엔 안돼' 쓰레기매립지 반대


                                                                               (동아일보 자료사진 캡처)


수년 내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위기에 처했는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내년에 있을 선거 때 '표'의 유불리만 따지느라 적극적으로 후보지 공모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아파트 지을 땅도 없는 마당에 매립지를 만들 새 땅을 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고, 경기도는 거주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이 있지만 지방선거에서 시장·군수직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느라 '님비' 현상을 방치하고 있다.


정부가 최대 3조원에 이르는 파격 지원금을 약속했지만 서울과 경기권 시군 지자체장들 사이에선 "3조원 받으려다 3만표 잃고 정치생명 끝난다"는 논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던 셈이다. 처음부터 '돈'을 내걸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 정부가 지자체들을 모아 사회적 대타협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수도권 매립지의 대체 후보지 공모에 나서게 된 배경은 2015년 맺은 4자 합의를 인천시가 파기했기 때문이다. 2015년 6월, 박근혜정부 당시 윤성규 환경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남경필 경기지사는 사용 중이던 수도권 매립지 제2매립장이 포화상태가 되면 3-1매립장을 사용하고, 대체 매립장이 구해지지 않으면 3-2매립장의 일부를 추가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 협약을 깨고 2025년이 되면 대체 매립지를 구하든 구하지 못하든 서울과 경기에서 오는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는 2015년 맺은 4자 합의에 따라 매립지 추가 사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선거가 지나고 나면 인천시가 한발 물러서주지 않겠느냐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지역 민심은 싸늘하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이제는 각자 발생한 지역의 쓰레기는 각자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인천시가 이미 자체 매립지를 별도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매립지만 바라볼 게 아니라 각자 사용할 수 있는 소각장, 자체 매립지 마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무처장은 "'결국은 수도권 매립지를 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접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환경부는 2차 공모에서 1차 공모와 동일한 액수의 보상 규모를 유지한 가운데 1차 공모보다 2차 공모의 면적 조건을 완화했다. 2500억원의 특별지원금은 유지하고, 2050년까지 매년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절반을 환경개선사업비로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며, 2050년까지 총 지원 규모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 후보지의 면적 조건은 공유수면을 포함해 기존 230만㎡에서 130만㎡로, 실매립면적도 170만㎡에서 100만㎡로 조건을 완화했다. 조건은 완화하고 지원 규모는 똑같이 유지했지만 대체 후보지 공모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관계자는 "1차 공모 때는 본격적 추진 의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의한 지자체가 몇 군데 있기는 했다"며 "2차 공모에서는 이마저 끊긴 상태"라고 밝혔다.


결국 돈을 내건 정부의 접근법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매립지 관련 3개 지자체장을 직접 만났지만 아직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한 장관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3개 시도 단체장을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든 협의해 정리하려고 한다"며 "지자체장들과 협의하면 올해 상반기 이내에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달 22일 한 장관은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과 대면 회동을 하고 수도권 매립지 대체 후보지 공모에 관해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130만㎡에 달하는 후보지를 서울 지역 내부에서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가 최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응답자의 86.9%는 '인천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아닌데 인천에서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수도권 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경기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응답률도 49%에 달했다. 결국 인천시민들 스스로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앞마당은 안된다'는 생각이 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