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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해 교수, 요양원은 불효일까? '존엄한 노후를 위한 사회의 책임'

'존경스런 부모님의 천금보다 귀한 믿음의 유산'

인사이드피플= 상임편집위원 변상해 교수 | 

한국 사회는 지금 빠르게 초고령화의 길을 걷고 있다. 2024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환자는 105만 명을 넘어섰고, 2040년에는 226만 명, 2050년에는 31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76% 이상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으며, 80세 이상 고령자 중 약 40%가 치매 환자다. 이러한 현실에서 노인 돌봄은 더 이상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과제가 되었다. 2023년 기준으로, 노인성 질환(치매·중풍 등)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위한 요양 의료복지시설(노인 요양시설, 노인 요양 공동생활가정) 이용자는 24만 2,974명으로, 전년 대비 4.62% 증가하였다. 같은 해 노인요양시설은 4,525개소,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1,614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요양시설 이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오랫동안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에 시달려 왔다. “요양원에 가면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말이 노인들 사이에 퍼져 있을 정도다. 실제로 거동 할 수 없는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가족들은 직접 모시면 희생이 크고, 시설에 모시면 ‘불효’라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한다.

 

 

사진=변상해 교수 서울벤처대 상담학과. (전국기독교 교수협의회 공동회장)

 

그러나 현실적으로 집에서 노인을 돌보는 것은 경제적, 신체적,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따른다. 전문적인 돌봄이 필요한 상황도 많아졌다. 누군가는 “그래도 끝까지 집에서 모셔야 효도”라고 말한다. 실제로 부모를 모시며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자식도, 부모를 요양원에 모시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자식도, 모두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사회가 마련한 돌봄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부모를 집에서 끝까지 모셔도, 요양원에 모셔도 후회와 죄책감은 남을 수 있다. 이제는 각자의 사정과 제일 나은 선택을 존중하는 사회적 시각이 필요하다.
노인들이 바라는 마지막 소망은 의외로 소박하다. 첫째,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닌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 둘째,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 셋째, 사는 날까지 중병에 걸리지 않는 것. 넷째, 대소변을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 다섯째, 99세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며칠 아프고 난 뒤 평온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67%의 노인이 집에서 임종하길 원하지만 실제로는 15%만이 자택에서 임종하고, 대부분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치매 환자의 실종과 사망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KBS가 경찰청에 치매 환자 실종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결과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총 807명의 치매 환자가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돌봄의 실패는 극단적으로 간병 살인과 같은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더 이상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의 문제다.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요양원이나 간병인을 찾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제는 요양원에 부모를 모신다는 이유만으로 ‘불효’로 단정할 수 없다.
부모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다고 해서 나쁜 부모가 아니듯, 요양원에 부모를 모신다고 무조건 불효라고 볼 수 없다.

가족의 다양한 사정과 여건 속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제일나은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부모를 향한 진정한 효도는 죄책감이 아닌 책임감에서 비롯되며, 사회는 그런 선택이 존중받고 지지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틀과 인식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요양원이 단순히 ‘죽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남은 생을 존엄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이 되도록 사회적 시스템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요양원에 모셨다”라는 한 마디로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정죄하는 시대를 넘어, 존엄하고 품위 있는 노후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필자 어머니를 요양원에 입소한 첫날 죄책감에 쓴 글 전문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께♡엄마,어제 어머니를 에덴 요양원에 모시고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길고 무거웠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죄송함과 미안함으로 가득했고, 집에 도착해 텅 빈 어머니 방을 보는 순간 가슴이 저려 눈물이 났습니다.어릴 적, 저희 2남 2녀가 아플 때마다 밤새 한숨도 못 주무시고 곁에서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간절한 기도 덕분에 병원 한 번 가지 않고, 어머니 곁에서 더 큰 위로와 치유를 받으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막내 상봉이가 미국 유학 중에 아프다고 기도해 달라고 전화했을 때도, 신혼 초에 아내가 서울대 의과대 교수인데도 처방한 약을 먹지 않고“어머니 기도 먼저 받겠다”라고 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나중에는 며느리도 “어머니, 저도 기도해 주세요”라고 부탁했고, 심지어 사돈어른들도 인천에서 종교가 다름에도 “딸아이가 아프면 어머니가 기도해 주시면 낫는다”며 기도를 받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요섭이, 지섭이, 준섭이 세손 자가 아플 때도 우리는 병원 응급실보다 먼저 어머니의 기도를, 전화기를 통해 받았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기도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늘 큰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힘을 얻어 지금 자랑스러운 부모님의 자녀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저희가 어머니(86세)를 돌봐드려야 할 차례인데,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요양사님과 저, 그리고 가족 모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버지(93세)도 점점 지쳐가시고, 요양사님도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셔서 결국 요양원 입소라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김 목사님께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노력했는데 더는 못하겠다”고 하셨다는 말씀을 전해 듣고 제 마음도 너무나 아팠습니다.지난 9일, 요양사님 퇴근 후 어머니께서 침대에서 낙상하셨는데, 상덕 형님 부부, 인구 형님 부부 네 분과 아버지가 계셨음에도 제대로 도와드릴 수 없어 119에 도움으로 겨우 구미 순천향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으셨고, 새벽에는 지섭이가 병원 달려가 퇴원 수속을 마친 후 모시고 왔습니다.

사실 작년에도 밤에 낙상사고로 2달 동안 순천향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이후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하였습니다. 더 이상 비전문가인 가족이 저녁 시간의 돌봄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소하신다고 고아 미용실에 가셔서 파마도 하시고 마음의 준비를 다 하셨는데 미용실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요양원 들어가면 이젠 집에 못 오고 돌아가신다는 말을 듣고 돌아오셔서 입소 전날, 어머니께서 아침을 금식하시며 요양원에 가지 않고 “천국 가겠다”고 하셨을 때,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내 선미에게 괜히 짜증을 냈습니다.새벽 1시 반에 고향 집에 도착하고, 아침부터 구미 건강보험공단을 찾아 등급 변경과 입소 준비를 하며“ 이 모든 과정이 혹시 내 이기심은 아닐까?, 나는 불효자는 아닐까?” 스스로를 수없이 자책했습니다.

오늘따라 아버지는 처음으로 바지에다 ♡♡을 하셔서 오랜만에 목욕을 시켜드리고, 옷을 빨랫비누로 빨아서 요양사 눈치 보지 않게 세탁기에 넣고 여름옷으로 갈아입혀 드리고 옷장을 정리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곁에 있고 싶어서, 차를 타고 고아면 사무소 앞 식당으로 모시고 가서 점심을 함께 먹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 짐을 챙기며 하루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을 꾹 눌렀습니다.
요양원 입소를 위해 병원에서 1시간 넘게 건강검진을 받으시며 힘들어하시는 어머니 모습을 보며 제 마음은 조금씩, 천천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요양원에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도착해서도 차에서 내리기 전 아버지와 함께 차 안에서 함께 기도하며 어머니께 전하지 못한 죄송한 마음을 주님께 쏟아놓았습니다. 이곳 에덴요양원에서 어머니께서 더 세심하고 따뜻한 돌봄을 받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늦은 저녁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중, 어머니께서 전화를 주셔서 “들어와 보니 좋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또 아버지가 허전해 울지 않도록 걱정해 주셨던 그 따뜻한 마음에 저는 다시금 어머니의 크신 사랑을 느끼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요양사님, 우리 가족, 상덕 형님 부부, 인구 형님 부부, 그리고 목사님까지 모두가 걱정과 염려 속에서 어머니를 위해 함께 마음을 모았습니다.엄마,이 새벽,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어머니의 하루하루가 주님이 주시는 평안과 위로로 가득하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비록 자녀들이 곁에 없더라도, 제 마음은 언제나 어머니 곁에 머물러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주세요. 영국 누나와 우크라이나 정애, 막둥이 상봉 목사, 모두 이 세상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가장 존경합니다. 자주 찾아뵙고, 어머니 손 꼭 잡아드리겠습니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머니 박순자 권사님은
인생을 믿음으로 살아오셨습니다. 항곡교회 개척 초기부터 새벽기도로 섬기신 믿음의 어머니셨고, 우리 가족(경애, 상해, 정애, 상봉)의 크나큰 축복의 통로이며, 아버지 변기수 장로님의 신실한 아내셨습니다.두 분 잉꼬부부(67년)로, 서로 존댓말로 존중하시는 모습은 자녀들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저희 자녀들 부모님의 귀한 믿음의 유산 잘 이어받아, 서로 화목하게 축복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장남인 제가 잘 보살피겠습니다.진심으로 사랑합니다.진심으로 존경합니다.그리고,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잠 못 이루는 아들,장남 변상해 올림2025년 05월16일 새벽 2시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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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 기자 편집국 경제.사회부 담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