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31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정치

연간 1조개 생산 ‘산업의 쌀’ 반도체, 왜 부족할까

수요예측과 생산지 자연재해로 차질 빚어

세계가 반도체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테슬라 북미 공장이 멈춰선 데 이어 현대자동차도 울산1공장 가동도 중단됐다. 대표 차종인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까지 12, 13일 가동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자동차 외에도 아이폰 생산량이 10% 줄었고 글로벌 1위 가전 기업 월풀은 중국 생산량의 25%에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각종 첨단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부품으로 ‘산업의 쌀’로 불린다. 연간 약 1조 개씩 생산되는 반도체는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첨단 무기에 이르기까지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품귀 현상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처음엔 차량용 반도체에서부터 번져나갔다. 그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인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온,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에서 차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국내에도 DB하이텍, 온세미컨덕터코리아, 삼성전자(기흥사업장)가 이런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1조 개씩 생산되는 반도체가 왜 부족해진 것일까.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자 저사양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들은 생산 라인을 대거 바꿨다. 


사람들이 차를 타고 다닐 일이 없어질 거란 전망하에 산업계가 완성차 수요 전망을 낮춰 잡았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차종별 반도체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우리는 차종별로 최대 6개월 치까지 비교적 보수적으로 재고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3개월 치 밑으로 갖고 있던 완성차 업체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체들 입장에선 최소 내년까진 상황의 획기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B반도체사 관계자는 “팹이 꽉 찬 상태에서 현재 돌리고 있는 IT 물량을 빼고 차량 물량을 넣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받아놓은 주문을 우선 처리해야 하고 수년 간의 애프터서비스(AS) 기간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초부터 반도체 사업장과 생산기지가 있는 지역에 자연재해가 잇따르며 반도체 공급은 더욱 차질을 빚었다. 2월엔 북극발(發) 이상한파가 들이닥쳐 미국 텍사스의 NXP, 인피니온, 삼성전자 공장이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3월엔 일본 르네사스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설비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 같은 달 대만에서는 가뭄이 문제다. 가뭄이 지속될 경우 TSMC 생산시설에 여파가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 번 웨이퍼(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얇은 원판) 작업에 들어가면 수 개월간의 미세공정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이어져야 하는 게 반도체 공장의 특성”이라며 “정전이나 화재 등이 발생하면 공장이 실제 멈추는 시간은 짧지만 그로 인해 사실상 앞뒤로 수 개월간의 생산 공정이 무효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