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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의사당에서 골목까지…미국 조지아주가 평화를 쌓는 방법

총기 폭력·학교 불안에 흔들리던 지역, HWPL 평화활동 계기로 제도·교육·나눔·연대가 이어지는 ‘로컬 평화 인프라’ 구축

 

인사이드피플 김범준 기자 |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는 오랫동안 ‘복숭아주’라는 별칭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에서는 또 다른 이름이 자주 언급된다. 바로 ‘평화주’다. 총기 폭력과 학교 안전 저하로 상처를 입었던 지역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의 평화활동을 계기로 제도와 일상을 함께 바꾸는 실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아에서는 매년 2,000명 넘는 시민이 총기 폭력으로 목숨을 잃는다. 학교 안에서도 총기사고와 폭력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이 느끼는 ‘안전감’은 전국 최하위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우려가 이어져 왔다. 총기 소지 문화와 구조적 문제를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냥 두고 보지는 않겠다”는 공감대가 지역 곳곳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출발점에 지역 단위 평화 프로젝트와 HWPL의 활동이 있었다.

 

먼저 제도 영역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조지아 주 의사당은 ‘HWPL의 날’을 선포해 평화활동을 공식 기념하는 날을 만들었다. 주 내 2개 카운티와 3개 도시는 DPCW(전쟁 및 무력분쟁 종식을 위한 선언문) 제10조 ‘평화문화 전파’ 정신을 담은 5건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디캡카운티는 6월 6~8일을 ‘평화 주말’로 정하고 ‘평화의 카운티’를 선언했으며, 풀턴카운티는 ‘HWPL의 날’을 제정했다. 스톤크레스트시는 아예 ‘평화의 도시’를 공식 선포하며 평화도시 네트워크 확산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평화가 지방정부의 문서와 일정표에 명시된 셈이다.

 

학교와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생활 속 평화’도 차근차근 쌓이고 있다. HWPL의 청소년 리더십 기반 평화교육 프로그램(PLAY)에는 2023년 이후 15개 학교·기관이 참여했고, 지금까지 1,800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갈등 상황을 돌아보고, 폭력 대신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풀어보는 연습을 하면서 “평화가 무엇인지”를 머리가 아닌 경험으로 배우고 있다.

 

지역 주민을 향한 나눔 활동도 평화의 또 다른 얼굴이다. 위생용품, 식품, 의류 등 2만 7,735점의 물품이 기부돼 1,323명의 시민에게 직접 전달됐다.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누군가가 나를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는 주민들의 자존감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청년평화그룹(IPYG)이 이끄는 청년 참여·평화구축 워킹그룹(YEPW)은 지역 현안을 직접 논의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평화를 말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더 크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평화 주말’과 ‘평화의 도시’와 같은 상징적 조치가 깔리고, 그 위에 학교 현장과 청년 조직, 지역기관의 실천이 쌓이면서 기업·대학·경찰 등과의 연대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의사당에서 시작된 선언이 골목과 교실, 봉사 현장으로 번져 나가며 하나의 ‘로컬 평화 인프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조지아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평화가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찾아가는 해법”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적 지지(DPCW 결의)와 생활밀착형 교육·나눔·연대가 맞물릴 때, 평화는 구호가 아니라 “매일 하는 일”로 자리 잡는다. ‘복숭아주에서 평화주로’라는 조지아의 변신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안전한 학교와 협력이 익숙한 공동체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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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 기자 편집국 경제.사회부 담당입니다.